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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뉴스)김순옥 작품세계 "정적인 이미지 속에서 분출하는 대지의 힘 생명의 소리"
기사입력: 2015/08/19 [16:16] ㅣ 최종편집: 서경일보.
신항섭 미술평론가

 

김순옥 작품세계 

정적인 이미지 속에서 분출하는 대지의 힘-생명의 소리 

 

신 항 섭 (미술평론가)  

 

세상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어쩌면 화가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도 세상을 바라보는 그 방식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동일한 대상을 놓고도 화가마다 다르게 표현한다는 것이야말로 이해방식의 차이, 즉 개별적인 사상 및 철학 또는 인생관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림은 단순히 숙달된 손의 기능이 만들어내는 기술적인 생산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김순옥 화백 특선대작-금빛 이과수 폭포     

 

김순옥 역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남과 다르다. 그림을 통해 드러나는 그의 시각은 어떤 경우에도 예술적인 가치로서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어쩌면 그림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이란 화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공통의 가치는 아니다. 왜냐하면 아름다운 소재 및 대상을 놓고도 아름다움 그 본질을 직시하지 못한 채 외연을 떠도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림이라고 해서 모두 아름답다는 의미로서의 예술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김순옥 화가 작품-이과수 폭포   

 

그는 어떤 소재 및 대상을 그릴지라도 항상 아름다움을 중심에 두고 있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해 그 자신의 내부에 아름다운 그림에 대한 독자적인 어떤 기준을 세우고 있다. 그 기준에 합당한 몇 가지 조건이 있다면, 그 하나는 그의 그림에 포진하는 동양적인 정서 즉, 여백의 미라고 할 수 있다. 여백의 미는 동양화에서 추구하는 이상적인 미적 가치의 하나로서 한지와 먹 그리고 모필 따위의 재료 및 기법과 관련이 있다. 동양의 수묵화는 선의 미학이라는 점에서도 서양화의 명암기법이나 원근법과는 다른 조형적인 특징을 가진다. 어떻든 이처럼 동양화와는 다른 유채나 수채 또는 아크릴 물감이라는 이질적인 재료 및 기법을 따르는 그는 그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그 자신의 작가적인 성공과 관련해 논외할 수 없는 주제이자 소재인 폭포에서도 동양적인 여백에 근사한 정서가 읽혀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장중한 대자연의 생명력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폭포야말로 어찌 생각하면 정적과는 상반되는 이미지인 셈이다. 그처럼 거대한 힘을 줄기차게 쏟아내는 폭포에 정적인 이미지가 끼어 들 여지는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김순옥 화가 작품-이과수 폭포     

 

그런데도 그의 작품을 보면 포효하는 듯한 폭포의 이미지 속에도 역시 정적인 공간이 존재한다는 점이 신기하다. 그것은 무엇 때문일까. 폭포를 묘사하되 그 동적인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아니다. 폭포는 단지 물적인 대상일 뿐이라는 인식 아래 그 형태적인 사실성보다는 관조되는 아름다움을 보려는 것이다. 물적인 대상을 있는 그대로 옮겨 놓았을 때 실제의 폭포가 보여주는 사실성을 능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를 인식한 탓일까. 사실성 그 자체에 연연하지 않음으로써, 제아무리 거대한 힘을 과시하는 폭포일지라도 아름다운 대자연의 일부일 따름이라는 관점을 놓치지 않는다.

 

 

▲문화외교관 김순옥 화백    

 

그의 폭포 그림은 아주 사실적이다. 그러기에 힘이 넘친다. 화면 전체가 감상자를 압도하는 힘으로 채워지고 있다. 폭포가 가지고 있는 그 실질적인 힘에 대한 선입견이 아니더라도 그의 그림에서 시각적인 압박감을 느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더불어 감정의 동요를 억제하기 힘들다. 그처럼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3개국 국경을 분할하는 이과수폭포를 그린 작품과 마주하면 대자연의 엄청난 에너지, 그 위대성을 새삼 실감케 된다. 그곳 원주민들이 이과수폭포를 신성시하면서 경배의 대상으로 여긴 것도 따지고 보면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그 절대적인 힘에 대한 순종인 것이다.

 

가 바라보는 이과수폭포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감지할 수 있다. 온몸으로 느낀 감동이 그림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한 두 차례 이과수를 보고 나서 그린 작품들과는 확실히 차이를 느낄 수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대지의 힘을 직관하는 자의 실체적인 느낌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집중된 관찰과 사색을 통해 몸으로 체득한 이과수의 실체, 그 본질을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김순옥 화가 작품-나이아가라폭포    

 

천지가 진동하는 폭음 속에 수직으로 낙하하는 거대한 폭포의 물줄기를 형상화하는 그의 작업은 대자연의 놀라운 괴력을 바로 눈앞에서 보는 듯한 감정에 빠져들게 한다. 이는 오랜 관찰을 통해 다져온 심상의 명확성과 대자연의 본질을 갈파하는 직관력의 산물이다. 그처럼 엄청난 대자연의 기운을 캔버스에 응축시키는 그의 미적 감각은 손의 재능을 뛰어넘는, 창작에 대한 진정한 열정의 산물이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인 인상에 그치지 않는다. 더구나 현실의 재현에 머물지도 않는다. 극히 작은 화면에 장대한 대자연의 용트림을 실감나게 압축시킴으로써 그림과 현실의 경계를 애매하게 만들고 있다. 이는 대상의 본질에 육박하는 사실성 및 밀도 높은 표현력의 결과이다. 구체적인 묘사이든, 또는 본질만을 직시하는 표현적인 이미지이든 시각적인 호소력은 아주 강력하다. 그의 작품을 보면서 실제의 폭포와는 마주하고 있는 듯한 감정, 즉 스스로 왜소해지는 자신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감정은 그의 작품이 지니고 있는 강력한 설득에 대한 진정한 납득인 것이다.

 

그러나 그는 사실적인 형태미 또는 그로부터 느끼는 감동만을 담는데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사실적인 작품의 경우에는 냉정한 객관적인 관찰자의 입장에 서고자 한다. 그래서 스스로 폭포를 멀리서 조망한다. 폭포에 바짝 다가섬으로써 시각적인 압박감을 주는 작품의 경우에도 차가운 시각을 견지한다. 그 풍경 속에 빠져들지 않는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이끈다. 그 객관적인 시각이야말로 어쩌면 그림 속에 동양적인 여백의 개념을 투입시키는 관건인지 모른다. 그러기에 넘치는 에너지의 존재성을 앞에서도 거기에 함몰되지 않고 되레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에는 폭포의 이미지를 좀더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아크릴과 수묵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도 재료에 따른 새로운 표현을 기대하는 까닭이다. 실제로 이들 수성물감을 사용한 작업은 작업의 용이성에 따라 구체적인 형태묘사보다는 내적인 감정 또는 무의식세계를 표현하는데 효과적임을 입증한다. 수성물감을 사용하는 작업은 제작과정에서 속도의 문제를 표현적인 가치의 하나로 제시한다. 그가 아크릴이나 수묵을 사용하는 데는 어찌 보면 속도 있는 표현을 통해 구체적인 형태묘사에서 자유롭고자 하는 의지가 작용하는지 모른다.

 

이를 입증하듯 수성물감을 사용한 작업에서는 힘차고 거친 호흡이 느껴진다. 쏟아지는 폭포의 물줄기를 형상화하듯이 거칠고 힘차게 빠르게 그어대는 붓 자국에서는 속도감이 느껴진다. 그 속도감은 한층 현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는 아마도 시야를 좁혀 폭포의 물줄기 그 자체의 힘을 형상화하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었으리라는 생각이다. 형태가 파괴되는 대신에 그 자신의 내면에 응집된 표현감정을 여과 없이 쏟아냄으로써 표현적인 순수성이 높아진다.

 

그 표현적인 순수성은 내적인 세계를 거침없이 드러내려는 자유의지에 대한 갈망의 표출이다. 형태를 보는 것이 아니라 형태가 숨기고 있는 폭포의 본질적인 힘을 드러내려는 의도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본질만이 모든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추구해온 시각적인 아름다움과는 다른 세계를 경험함으로써 새로운 잠재적인 능력을 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한다. 다시 말해 때로는 내적인 갈망을 분출시킴으로써 외적조건에 의해 닫혀 있던 미의식 및 감수성을 만개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더구나 무의식 또는 우연적인 표현이 가져오는 그 예기치 않은 세계야말로 그 자신의 잠재적인 욕구의 증표라는 점에서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기회인 셈이다.

 

이제 사실적인 형태묘사에 전념해왔던 스스로에게 자유를 허락함으로써 경험할 수 있었던 형태의 해체 또는 비구상 및 추상적인 영역에서 그가 얻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오히려 사실적인 형태묘사가 지닌 실질적인 힘, 즉 시각적인 것이든 또는 내적인 것이든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적인 힘은 어떤 경우에도 침해받지 않는다는 점이 아니었을까. 가장 최근에 다시 유채화 작업을 하고 있다는 데서 그 답은 명백하다. 아니, 사실주의 미학과 추상적인 미학 어디 한 군데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영역을 넓히게 되었다는 보는 것이 옳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그 자신에게 익숙한 세계는 실질적인 것, 즉 눈에 보이는 세계인지 모른다. 그것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같은 것인지 모른다. 자신의 의식 속에서 지울 수 없는 풍경을 그대로 받아쓰겠다는 자신감이야말로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는 진정한 자유가 아닐까.


원본 기사 보기:스타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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